5일 파기환송심 재판 진행
법원 1심 '무죄', 항소심 징역 12년, 대법원 '무죄'
대법, "공소사실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사건 돌려보내
검찰, 새로운 증거 제시 없어
피고인 "나와 살인은 무관하다" 무죄 호소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8월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
1999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교사범이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돼 들어오는 모습 

1999년 발생한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이 여전히 미제로 남은 가운데 검·경이 범인으로 지목한 전직 조직폭력원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살인범이라는 신빙성 있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피고인은 "동료 조직원에게 들은 이야기로 무관하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5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재신)는 '살인 등' 혐의로 파기환송 된 김모(54. 남)씨 파기환송심 재판을 진행했다. 

파기환송심이란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사안을 다투라는 용어다. 제주지법 1심은 '무죄'를, 항소심은 징역 12년을,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 취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공소사실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제주 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검찰(사법시험 24회)에 입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사법시험 동기다. 서울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이승용 변호사는 1992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살인사건은 1999년 발생했다. 그해 11월5일 새벽 故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 남)는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삼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11월5일 새벽 5~6시 사이다. 

당시 이 변호사는 흉기에 가슴과 배를 3차례 찔린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로 잠정적 결론 났다. 경찰은 괴한에게 일격을 당한 피해자가 차량 안으로 들어와 이동하려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당 사건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미궁으로 빠지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잠들었다. 

제주판 미제로 먼지가 쌓이던 사건은 방송에서 다루면서 수면 위로 떠올라 재수사가 이뤄졌다. 방송은 자신을 과거 '유탁파' 조직원으로 소개한 피고인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는 인터뷰가 담겼다. 

피고인 김씨는 1999년 당시 제주 유탁파 조직폭력배 행동 조직격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같은 조직폭력배에 속한 '갈매기'라는 인물이 범행에 나섰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다만 직접 범행했다는 '갈매기'라는 인물은 2014년 8월 자살했다. 

재수사에 돌입한 검경은 지난해 4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에 나섰다.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있던 김씨는 2021년 6월23일 현지 경찰관에 잡혔고, 8월18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결국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피고인이 범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검찰은 "피고인 진술에서 살인과 관련된 진술이 충분히 나왔고,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있다"며 무기징역 형량을 요청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살인범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씨는 "들은 이야기를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며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법원에서 새 삶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조직폭력배) 갈매기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었고, 내가 목격을 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현명한 판결로 선처를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죄 사실 증명에 있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오는 26일 오전 선고를 예고했다. 

한편 피고인은 검·경 수사와 재판 과정까지 주장이 매번 변동됐다. 

진술 번복은 크게 네 가지로 ①"내가 윗선 사주를 받았고, 실행은 갈매기(다른 조폭)가 했다" ②"윗선의 사주를 받은 것도, 범행 실행도 갈매기다"③"나도 갈매기도 범행에 관여를 안 했고, 나는 '리플리 증후군'이다" ④"윗선의 사주를 받은 것은 갈매기다. 나는 사건 발생 10년 후에 들은 내용일 뿐이다" 등이다.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①, ②, ③번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그러다가 재판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④번 주장을 내세웠다. 

진술의 흐름을 살펴보면 ①-②-③-①-③-①-③-②-④으로, 번복과 재번복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나는 전혀 몰랐고, 사건 10년 후에 들었다"로 법원에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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