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사건 터진 학교, 책임자 문제 잇따라
학부모 불신 가중에 학교장 자녀 결혼 단체 문자 확인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문자를?"···"아이가 학교 다녀서 어쩔 수 없이 축의금"
제주도교육청 "용납할 수 없는 사안, 감사 반영할 것"

제주도교육청
제주도교육청

불법 촬영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도내 모 고등학교 학부모들의 불만이 속속 터지고 있다. 사건 발생부터 수사 과정까지 적절한 대응과 수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분통이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고, 경찰을 대상으로도 같은 시선이 유지되고 있다. 큰 줄기는 소통의 오류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불신이 이어지면서 제주도교육청은 '불법 촬영' 사안에 대해 학교 책임자(교장, 교감)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재 중 학교 측의 다른 부적절 사안이 발견됐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 촬영' 사건이 터진 제주 모 고등학교 학부모에게 학교 측에서 규정을 위반한 문자를 발송한 이력이 확인됐다. 

문자 내용은 해당 학교장 자녀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것이다. 발송된 문자는 올해 하반기 결혼식과 피로연 일시, 학교에서는 몇 시에 참석하는지 등 세부적인 글이 담겼다. 

학교장 자녀의 결혼식 문자를 받은 학부모들은 황당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사유는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기에 행여나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교장 자녀 결혼식을 학부모에 알린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결혼식을 알고 울며 겨자 먹기로 축의금을 보낸 학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취재진이 반문하자, 학교 측은 "알려달라고 한 학부모들이 있어서 구두로 전달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문자를 보낸 적은 없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학교 측의 해명은 거짓으로, 학부모들에게 실제로 문자가 발송됐다. 

A고 학부모 ㄱ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교장에게 화가 났다"면서 "학부모 입장에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곤란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ㄴ씨는 "문자를 받은 학부모들이 단체 부조를 하는 분위기라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전달했다"며 "학교에 연락해서 다시는 이런 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화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 A고등학교 교장 자녀의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가 학부모들에게 단체 발송됐다. 학교 측은 "문자로 보낸 적은 없고, 일부 학무보에게는 말로 소식을 알렸다"고 했다. 제주도 교육청은 명백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안으로, 감사를 통해 들여다 볼 사안이라고 설며앴다. ©Newsjeju
▲ A고등학교 교장 자녀의 결혼식을 알리는 문자가 학부모들에게 단체 발송됐다. 학교 측은 "문자로 보낸 적은 없고, 일부 학부모에게는 말로 소식을 알렸다"고 했다. 제주도 교육청은 명백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안으로, 감사를 통해 들여다 볼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Newsjeju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의 결과 도 교육청은 명백한 위반 사항이라고 했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공무원 행동강령(대통령령, 제17조)'은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 규정으로는 ①친족 ②현재 근무하거나 과거에 근무한 기관 소속 직원 ③신문, 방송 또는 직원에게만 열람이 허용되는 내부 통신망 이용 알림 ④공무원 자신이 소속된 종교·친목 단체 등의 회원에게 알리는 경우만 허용된다. 

'제주도교육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25조(경조사의 통지 제한)'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한 행동강령 제17조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외 규정 중 어느 항목에도 학부모에 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는 문장은 없다. 

'도 교육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27조는 위반 행위 인지 시 소속 기관장 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기관장인 '교장' 자녀 결혼식에 대한 알림 문자 발송 건으로 실질적인 체계적 절차도 실종됐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4월 28일 도내 모든 학교에 교사의 품위를 위반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행동강령' 준수 사항을 전달하는 등 청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에게 전달된 문자는 수신자 범위와 상관없이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라면서 "이번 A고 불법 촬영 대응 적절성 감사에 결혼식 문자 발송 건을 추가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품위를 실추한 건으로, 문자가 전송된 배경을 감사 착수로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A고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은 올해 10월 18일 발생했다. 학교에서 발견된 불법 촬영 휴대전화는 갑티슈 안에 숨겨져 위장된 채 동영상 촬영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로, 체육관 여성 화장실에서 나왔다.

피의자는 같은 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불법 촬영 장소가 다양하고 수많은 피해자(교사 + 학생)가 담겨 있는 영상물도 확보됐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피해자 규모는 50여 명이다. 피해자와 학부모들은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학교 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