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고태민 의원,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1도 없는 사람" 힐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태민 제주도의원(국민의힘, 애월읍 갑)을 향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농제주연맹은 20일 성명을 내고 지난 18일에 고태민 의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기고 내용에 대해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1도 없는 사람"이라고 힐난을 퍼부우면서 "직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게 농촌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길"이라면서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고태민 의원은 당시 의정칼럼이라는 명목으로 기고문을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고 의원은 농촌 경제의 어려움이 농업 인구의 감소와 농가 수 감소, 그리고 농지 거래량 감소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농지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 의원은 농작물 가격 불안정이나 토지거래 침체 등의 복합적인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건, 농지 규제가 잘못 적용된 탓이라며 이 때문에 농지 규제를 재검토해 농업과 농촌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전농제주연맹은 "농업 인구의 감소와 농가 수 감소가 과연 농지 규제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전농제주연맹은 "국내 농민 수는 전 국민의 4%밖에 되지 않는다"고 적시한 뒤 "제주에서도 전 도민의 10% 정도 뿐이라 식량 자급률이 48%밖에 되지 않아 당연히 농민들은 경제적 논리로 보면 돈을 벌 수밖에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농제주연맹은 "허나 현재 농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과거 정부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농업을 희생시키며 농산물 수입을 무차별적으로 해왔고, 그나마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내몰며 추가로 농산물 수입을 해댔다"면서 "과연 이것 뿐이었느냐"고 되물었다.
전농제주연맹은 "생산비가 폭등하고 인력난에, 기후재난마저 농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 어느 청년이, 어느 국민이 농민의 길로 가길 쉽게 결정하겠느냐"면서 "이러니 새로운 농민들의 유입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전농제주연맹은 "농촌의 경제를 걱정하는 도의원이라면 단 한 번이라도 이런 농민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몸소 나서 지속적인 농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고태민 의원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전농제주연맹은 "게다가 농촌경제가 침체한 이유로 꺼낸 농지거래 감소는 더 황당하다"며 "현재 농지는 가진 자들의 투기 목적으로 사용된 지 오래"라면서 "부재지주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농제주연맹은 "그 속에 투기 세력들은 농지가격만 오르길 기다리며 농민 행세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농지를 이용한 농업 활동의 공익적 가치를 외면하고 농지를 파괴의 대상으로 보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전농제주연맹은 "상황이 이런데도 고태민 의원이 농지의 거래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이 투기 세력들을 더 늘리고 싶은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고 의원의 기고에 담긴 의도에 의구심을 던졌다.
그러면서 전농제주연맹은 "당신이 요구하는 농지 규제 완화는 농업·농촌의 활력을 찾는 길이 아니라 투기 세력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더는 농촌 경제 운운하며 농업·농촌 파괴에 앞장서지 말고 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래는 지난 18일에 배포됐던 고태민 의원의 기고문 전문.
제주 농지 규제 완화만이 농촌경제 활성화의 열쇠다
제주 농업·농촌은 고령화, 원자재 가격 상승, 기후변화 등 복합적 위기의 가속화 속에서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농업은 여전히 제주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지만, 현장의 체감 어려움은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깊고 절박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22년 대비 2024년까지 농가 수는 4.4%(1,327가구) 감소했고, 농업인 수는 무려 7.7%(1만1445명) 줄었다. 불과 2년 새 '1만 명이 넘는 농업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농촌 공동체 자체의 붕괴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에 가깝다.
농촌 경제의 위축은 토지 거래 흐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2년 대비 2024년 토지거래허가 면적 전체가 1355만㎡ 줄었고, 이 중 농지는 391만8000㎡나 감소했다. 감소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농지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농업인이 농사를 지속하거나 확대하려는 시도 자체가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 토지 시장이 경직되면 농업 기반이 흔들리고, 농촌 지역 내 돈의 흐름도 막혀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 전략 산업으로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일정 수준의 농지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미래 세대의 농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농업 경기가 얼어붙고 농가 소득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경직된 규제가 되려 농가의 회생 가능성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뒷받침하면서도 현실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행 '농지법' 제37조 제2항 적용은 제도적 정합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해당 조항은 농지 전용이나 타용도 일시사용 제한의 주체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시장, 군수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시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시장 권한'의 실질적인 법적 효력 범위가 불명확하다. 현실과 법령 사이의 간극이 존재함에도 도민과 농업인에게는 엄격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더욱이 제주도는 2008년 절대농지·상대농지 등 농업진흥지역 3,797㏊를 전면 해제했다. 이는 농업 규제의 핵심이던 농업진흥지역 제도가 사실상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과거 성과 사업인 경지정리 13개소, 야산개발 6개소 등 19개 사업지 역시 현재 기준에서 우량농지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역을 '우량농지'로 간주하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을 잃을 뿐 아니라, 실제 농업인이 처한 현실과도 거리가 먼 조치이다. 규제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지금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의원이 도정에 요청하는 바는 명확하다. 농작물 가격 불안, 농지 거래 침체, 농업인 감소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겹친 지금, 잘못 적용된 농지 규제를 적극적으로 재검토·개선해야 한다. 규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주 농업이 다시 경제적 활력을 되찾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농지 규제의 합리적 완화는 단순한 규제 해제가 아니다. 제주 농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며, 지속 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출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제주 농업·농촌의 생존을 위해 정책의 방향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