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평등지수, 7년째 상위권이지만 민간 여성 관리자 비율 꼴찌
제주자치도, 여성 인재풀 올해 연말까지 2000명 등록 목표로 확충
[기사수정 오후 5시 32분] 제주지역 성평등지수가 7년째 상위권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정작 여전히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은 충분한 능력을 갖췄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도 지역성평등지수에서 7년 연속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제주를 비롯해 서울과 세종, 대전, 충남 지역이 성평등 상위 지역으로 평가됐다. 7년 연속 상위권은 '제주'가 유일하다.
상위권에 있긴 하나 직전년도인 2022년 평가에 비해 대부분의 수치가 낮아졌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하락폭이 높다. 2023년도 평가에서 제주는 7개의 영역 중 의사결정과 고용, 소득, 건강, 돌봄, 양성평등의식은 상위권에 있고, 안전만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이는 전년도와 같은 성적이나, 많은 지표들이 전년대비 수준이 하락했다.
성평등의 동등한 권한 부여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의사결정 영역에서 제주는 2021년에 3위였고, 2022년이 4위, 2023년엔 5위로 떨어졌다. 즉, 턱걸이로 상위권 5개 지역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이대로 계속 하락할 시 다음 년도(2024년) 평가에선 상위권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결정 영역엔 4개의 지표가 있다. ▲광역 및 기초의원 비율 ▲5급 이상 공무원 비율 ▲관리자 비율 ▲초·중·고 교장 및 교감 비율 등이다. 이 가운데 5급 이상 여성 공무원과 교장·교감 비율은 놀랍게도 전국 1위다. 허나 정작 진정한 '유리천장'이라 할 수 있는 민·관 전체 여성 관리자 비율은 17위 꼴찌를 기록했다. 공직사회에선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지만, 그 영향력이 민간 영역까진 전혀 미치지 못한 결과라 너무 아쉬운 성적표다. 이와 함께 광역 및 기초의원 비율 역시 15위에 머물러 있다. 전체 도의원 45명 중 단 9명만이 여성이어서다. 4개 지표의 성적이 극과 극이다.
이는 공직사회에서만 그나마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을뿐, 민간 지역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회가 고착화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직사회에선 여성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 수치가 나오긴 했지만, 제주도 내 17개 공공기관들 중 여성 임원 평균 비율을 보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곳이 많다. 여성 임원 평균 비율이 미달된 기관이 9곳이나 된다. 특히 한의학연구원과 제주테크노파크에선 여성 임원 비율이 10%도 되지 않으며, 제주도개발공사나 신용보증재단 등의 5곳도 2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는 고용과 소득, 돌봄 영역 부문에서도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2023년에 2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남녀간 고용실태나 임금차이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며, 이는 제주의 맞벌이 가정이 워낙 많다보니 나타난 결과다. 전국 가정의 평균 맞벌이 비율은 48.2% 정도이나 제주는 무려 60.5%에 달한다.
허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노출된다. 고용률(3위)이 높고 경력단절 여성 비율(2위)과 가사노동 시간(1위, 취업률을 역산정한 결과)이 낮지만 상용 근로자 비율은 6위여서 아직 비정규직 여성이 더 많은 상태며, 육아휴직 사용비율은 8위에 그쳐 있다.
양성평등 의식 영역에서도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이유는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이 2위로 매우 양호했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9위로 낮은 편이다. 게다가 성차별 경험률이 14위로, 타 지역에 비해 제주의 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안전 영역에서 제주는 3년째 독보적인 꼴찌 17위를 기록 중이다. 야간 보행에 대한 안전도가 가장 낮으며, 강력범죄 피해자 비율도 서울에 이어 제주(16위)가 가장 높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지난해 말에 발간하고, 성평등가족부가 올해 4월 17일에 배포한 이 '2024년 지역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는 2021년 이래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건강 영역만 2계단이나 상승하고, 나머지 안전과 양성평등의식, 돌봄, 의사결정, 고용, 소득, 교육 등 이외의 모든 영역에서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전 영역의 강력범죄 피해자 지표에서 크게 하락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평가지표 중 30점 미만으로 나타난 ▲광역 및 기초의원과 ▲관리자 비율 개선방안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년대비 점수가 하락한 지표(관리자 비율, 초중고 교장・교감 비율, 고용률, 상용근로자 비율, 경력단절 여성 비율, 성별 임금격차,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스트레스 인지율, 육아휴직 사용자, 성역할 고정관념, 여성 인권에 대한 태도, 성차별 경험률,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도 하락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지역 여성 인재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제주여성인재 데이터베이스(DB) 확충에 힘쓰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제주여성인재DB'는 제주 여성인재들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여성인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2017년에 처음 구축됐다. 정부나 각 지자체 등 여성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여성정책관에서 제주여성인재DB에 등록된 분들 가운데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적격자를 추천해 주고 있다.
공무원, 전문직업인, 의료인, 문화예술·체육인, 시민단체 관계자, 연구·학술인,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 여성 전문가가 올해 10월까지 현재 1919명이 등재돼 있다. 제주도정은 올해 연말까지 2000명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 회계사, 기술직 여성 등 전문 직업군 신규 인재 발굴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등재자의 정보 업데이트와 검증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현행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영 성평등여성정책관은 "제주여성인재DB는 제주 여성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사회 전반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이라며 "올해 2000명 등록을 목표로 인재풀을 현행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여성인재DB 등록은 일정한 자격만 갖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제주도청 누리집(www.jeju.go.kr)에서 '분야별 정보→복지/여성→성평등→여성인재DB' 등록 메뉴에서 할 수 있다.
제주여성인재DB에 등록될 수 있는 자격은 아래와 같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원과 과장급 이상
▲각종 정부위원회(자문위원회 등 포함)의 위원 또는 위원이었던 사람
▲대학의 조교수 이상, 연구기관의 연구원급 이상,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상장법인과 중견기업, 유망 중소기업(벤처기업 등)의 임원 및 과장급 이상 관리자
▲변호사·의사·건축사·공인회계사·공인노무사 등 분야별 전문 자격증 소지자
▲주요 협회·단체 등의 임원과 사무총장급, 관리자급에 해당하는 사람
▲5급 이상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
▲문화‧예술‧체육‧과학 등 전문분야 관련 국내·외 주요대회 입상자, 훈장·포장·대통령 표창 수여자, 무형문화재 보유자
▲기술사 및 기능장, 대한민국명장, 우수숙련기술자, 기능한국인문인, 미술인, 음악인, 영화감독, 방송인, 체육인, 과학기술인, ICT 벤처기술인 등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관련 기관·협회·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그 외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여성인재DB에 등록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