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강윤정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강윤정.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강윤정.

제주의 숲은 관광의 배경을 넘어 물과 공기를 지키고,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그러나 공공·민간 건축물과 생활용품에서 여전히 수입 목재 비중이 높고, 제주에서 생산되는 목재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제주에서 자란 나무를 제주에서 쓰는 구조를 통해 산림, 물류, 지역경제가 함께 선순환하도록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제주의 산림은 숲가꾸기와 간벌, 조림, 임도 개설 등 꾸준한 산림사업 없이는 건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화산지형과 돌 많은 임지, 태풍과 염해 등 독특한 환경때문에 작업 여건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삼나무, 편백 등 조림지에서 간벌재와 벌채 목재가 꾸준히 생산되고 있고, 이 목재가 제값을 받아 유통되어야 다시 숲에 재투자할 수 있다. 국산 목재 이용 확대는 곧 제주 산림사업이 경제성을 갖추고 지속되도록 하는 핵심 조건이다.

제주에서는 물류 측면에서도 국산 목재 활용의 이점이 크다. 수입 목재나 육지 목재는 해상 운송·항만 하역·내륙 운반 과정을 거치면서 비용과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반면 제주 산지에서 생산된 목재는 임도와 도로망을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 안에서 제재소와 건설현장, 가구공장으로 옮길 수 있다. ‘산지–집하장–제재소–수요처’로 이어지는 도내 순환 체계를 구축하면, 물류비 절감과 탄소 저감, 지역 일자리 확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운전, 장비, 포장 등 물류 전 과정의 비용이 지역 안에서 다시 돌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산 목재, 특히 제주 목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나무가 자라며 흡수한 탄소는 목재 제품이 되는 동안 저장되며, 콘크리트·철강 중심 건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인다. 여기에 장거리 선박 운송이 필요한 수입 목재 대신 제주 목재를 쓰면 물류 단계의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 목조건축과 목재 활용을 넓혀 가는 일은 제주가 친환경 섬이라는 위상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실천이 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먼저 공공 부문이 분위기를 이끌 필요가 있다. 학교, 마을회관, 복지시설, 관광안내센터 등 공공 건축과 리모델링에서 구조재뿐 아니라 내장재, 데크, 놀이터, 벤치, 간판 등에 제주 목재를 조금씩이라도 우선 적용한다면 자연스럽게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이어서 산림사업과 연결된 목재·물류 유통망을 정비하여 공동 운송 체계를 갖추고, 재종·규격·물량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건설사와 설계사도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제주 목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도민 인식과 현장 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주 목재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덜어내기 위해, 제주산 목재로 지은 건축물이나 관광시설의 좋은 사례를 널리 소개하고, 목공·목재문화 체험 기회를 늘려 일상 속에서 목재의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임업인과 숲가꾸기 기술자, 목재·물류 전문 인력을 꾸준히 교육·지원해 나간다면, 제주 산림과 목재 산업을 떠받치는 현장의 힘도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제주의 숲을 잘 가꾸고, 그 숲에서 나온 목재를 섬 안에서 효율적으로 유통·활용하는 일은 곧 환경을 지키고, 물류 구조를 개선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제주에서 자란 나무를 제주에서 먼저 쓰는 것’이 국산 목재 이용 활성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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