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예래동 주무관 김지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서귀포시에서 하루하루 행정을 맡아 일하며, 나는 그 답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규정과 절차를 지키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인 것이다.
서무 업무를 맡아 부서의 흐름을 살피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일들이 조용히 흘러간다. 회의 한 번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일정을 맞추고 자료를 정리해야 하며, 예산 한 줄을 집행하기 위해서도 정확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행정 처리’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이지 않는 자리라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일의 가치를 찾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행정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 온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온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작은 역할로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쉬움도 남는다. 바쁜 일정으로 주변의 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했던 순간, 동료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더욱 깊이 마음에 남는다. 이 순간들은 공직자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해준다. 행정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로 완성된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잊지 않으려 한다.
연말의 성찰은 곧 새해의 다짐으로 이어진다. 앞으로의 1년, 서귀포시의 한 일원으로서 나는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꼼꼼하게 행정의 기본을 지키며, 동료와도 따뜻한 협력을 나누고 싶다. 작은 친절과 세심한 배려가 시민의 하루를 바꾸고, 결국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이는 결국 모두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길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